**********

은천님이 쓰신 폭주( http://dreamwhile1004.tistory.com/m/75 ), ( http://dreamwhile1004.tistory.com/m/85 )가 터지기 전에 일어난 일을 다뤘습니다.

**********


꿈을 꿨다.

-누군가를 죽이기만 하던 손으로 육아?
-너의 손은 살리는 손이 아니야.
-그 '광월의 백호狂月ノ白虎'가 누군가를 길러? 미쳤군.

자신이 지금껏 죽이고 죽여 온 목소리들이 마음껏 자신을 비웃는다. 당장에 멱살을 잡고 싶지만 시계도 몸의 감각도 전부 모호해서 제대로 서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터져나온 것은 빈약한 목소리의 변명.

무슨 소리야, 나는 이미 그들을 길러내었다.
더 이상 살육도 하지 않아.
날 기만하는 짓은 그만 둬!

-기만? 기만? 기만의 뜻은 알고서 이야기 하는거야?
-길러내기만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지.
-살육을 하지 않는다?

그럼, 앞에 보이는 이 풍경은 뭐지?
그 말과 함께 아까서부터 몽롱하던 감각이 하나 둘 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발 밑에 찰박찰박 감기기 시작하는 붉은 액체와, 손 끝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액체의 느낌과, 예민한 후각을 저릿저릿하게 마비시키는 혈향과...

그는 이윽고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카라마츠의 시야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엉망진창이 되어 발치에 쓰러진 오소마츠들이었다.

***

잠에서 깨어난 카라마츠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샤워였다. 꿈 속에서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던 오소마츠들의 피의 감각이 무슨 짓을 해도 사라지질 않았다.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이것은 악몽이라는 것을,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잔뜩 예민해진 몸은 달랐다. 과거의 잔상들을 있는 힘껏 끌여들여 외친다. 어서 본성을 깨워, 너 따위가 넘치는 살기를 잠재우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깨끗한 척 하지만 너는 이미 살인자야.  너는 언젠가 그들을-...

콰앙-!!

카라마츠는 있는 힘껏 머리를 벽에 박았다. 환청들로 어지럽혀지던 귓가 사이로 가냘픈 자신의 숨소리와 물줄기 소리가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빌어먹을."

언제까지 나는, 환상에 시달려 나를 이렇게 몰아붙일 셈인가. 그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욕실 안을 허망히 채웠다.

***

확실히 오늘 카라마츠의 상태는 이상했다고 토도마츠는 회고했다. 평소에는 단정하던 옷차림은 왠지 모르게 구겨졌고 담뱃대와 술잔을 다루는 손놀림은 섬세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달까, 투박함마저 느껴진다. 또한 미간은 시종일관 펴질 줄을 모른다.

평소보다 더욱 냉기를 몸에 두른 카라마츠의 모습에 가게의 손님들은 알아서 몸을 사렸다. 나름 시끌벅적하던 가게 안은 아주 작게 틀어진 오르골 소리와 최대한으로 죽인 숨소리만. 이래서야 원하던 정보 수집은 물 건너 갔군, 하고 토도마츠는 저도 모르게 혀를 작게 찼다. 이 형은 또 오늘따라 왜이리 기분이 나쁘대.

 '그러고보니...'

거기에서 문득 토도마츠는 떠올렸다. 오늘 그와 대화는 커녕 인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언제나처럼 밝게 인사를 하고 들어갔을 때 카라마츠는 그저 자신을 힐끔 바라보고는 아무런 말 없이 항상 마시던 칵테일을 건넸을 뿐이다. 그러면 자신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기분이 나빴다는 뜻인데.

누군가 또 진상을 부렸나?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최근 많은 마피아 세력들이 새 인원을 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뭣도 모르는 신입들이 와서 깽판을 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곧 토도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이 아는 카라마츠는 그런 일로 이렇게까지 눈에 띌 정도로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웃으며 스트레스를 발산할 사람이다. 순간 닥쳐온 한기에 부르르 떤 그는 칵테일을 마시며 힐끔 카라마츠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왜, 기분이 나쁜거야?

WRITTEN BY
ミネ
그림쟁이 인 척 하는 평범한 잡덕 글쟁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